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서 벌어진 직장 내 가혹행위와 피해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 사태와 관련, KPGA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KPGA 지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진보당 손솔 의원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KPGA 가혹행위 사건의 가해자 고위임원 A씨를 신고했던 직원들 대부분은 오히려 징계 대상에 올라 해고·견책 등 부당한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피해 직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 자신들이 겪은 가혹행위와 2차 가해의 실태를 증언했다.
KPGA 노조에 따르면 협회 고위임원 A씨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욕설과 막말 ▶신변 위협의 폭언 ▶가족거론 인신공격 ▶각서강요 및 연차강제 ▶부당한 퇴사압박 ▶과도한 경위서, 시말서 징구 ▶노조탈퇴 종용 등의 가혹행위를 일삼아 왔다. 경찰은 가해자의 일부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고 노동부는 이를 ‘직장 내 괴롭힘’ 으로 판단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징계를 권고한 상태다.

KPGA는 아직까지 고위임원 A씨에 대한 공식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해 신고자들 6명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고와 견책, 경고 등 처분을 단행했다. KPGA 노조 측은 “징계 사유는 대부분 고위임원 A씨가 강요로 작성하게 한 시말서의 내용이었다”며 “이들 문서는 주 80시간 이상의 살인적 노동 환경에서 나온 업무 실수였을 뿐이었으며, 대부분 심각한 욕설과 폭언, 정신적 위압 하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출한 징계 문건에는 해고 처분을 받은 직원 B씨의 경우 ‘직원 생일 쿠폰 지급 지연’, ‘협회장 해외 출장비용 지급 지연’, ‘법인세 가산세 발생’, ‘임대료 미납 대응 미흡’ 을 사유로 징계됐다. KPGA 노조는 “이는 고위임원 A가 내부 기안을 반려하거나 예산 전용 결정을 지연시키는 등 회사가 적절한 업무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관련된 문제들은 A씨의 반복적인 욕설과 함께 문서 작성을 강요 받거나, 퇴사 압력에 불응하자 다시 시말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괴롭힘이 동반된 사례였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다른 직원 C씨는 ‘샘플 모자 제작 지연’, ‘대회 시상 항목 누락’, ‘방송사 스폰서 협찬고지 누락’ 을 이유로 징계해고를 받았다. KPGA 노조는 “대부분 협회장의 승인을 받았거나 내부 보고를 거친 이후 업무를 진행한 사안이었다”면서 “특히 협찬고지 누락의 경우, 고위임원 A씨와 친분 있는 해당 스폰서 대표자가 가해자와 피해직원들 간 합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넣은 사례가 언론에 기사화되면서 촉발된 것이었다. 이후 스폰서 대표자는 피해직원들에게 보복성 항의를 위해 KPGA에 징계를 주장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고 했다.

견책을 받은 D씨는 해외 2부투어 추천선수의 대회 불참, 대회 현장 즉시 출근 지시 불이행, 출발시간표 선수교체 보고 누락 등을 사유로 징계됐다. KPGA 노조에 따르면, 이는 해당 선수 에이전트가 불참 사실을 KPGA에 미 통보한 사례였고, 현장 이동은 출근 중 대중교통 이용 중이었음으로 즉시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출발시간표 문제 또한 규정에 맞게 차 순위자를 교체한 것이었으나, 오히려 고위임원 A씨는 징계 사유로 거론된 모든 사안에서 욕설 및 협박성 폭언과 함께 시말서를 강요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견책 대상자 중 한 명인 E씨는 ‘골프모자 샘플제작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는 “해당 업무의 지체 사유 등을 기재해 관련 사항을 협회장 전결의 내부 승인까지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고위임원 A씨는 당시 병원에 있던 E씨를 무리하게 출근시켜 시말서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E씨는 징계위에 회부 조차 하지 않고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는 내규도 어기면서 징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답했다.
KPGA 노조 측은 징계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징계위원회는 고위임원 A씨의 징계를 수개월 째 미뤄온 KPGA 이사회의 구성원들 중 다수가 포함돼 있어, 애초부터 징계 절차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결여했다”는 비판이다. 허준 KPGA노조 위원장은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징계 수위를 사전에 결정해 놓은 내부 발언이 녹취 자료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녹취에는 모 임원이 징계위 개최 수개월 전 ‘일단 다 답은 정해져 있고요. 세 분은 안 됐을 때는 대기발령으로 갈 거고요. 다른 두 분은 징계로 갈 겁니다’라고 발언하거나 ‘추후에 이직 생각하신다고 하면 징계위원회 열리기 전에.. 일단 징계위원회로 가면 중징계로 하니까’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징계 절차가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모 임원 역시 이번 징계위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명백한 징계 남용이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계획적 2차 가해로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KPGA 노조와 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KPGA 대상 특별감사 시행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감독 실시라는 두 가지 핵심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내부 분쟁이 아닌, 공적기관의 인권 감수성 부재와 구조화된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피해자 탄압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라고 규정,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이 사안에 적극 개입해야 함을 강조했다.
KPGA 노조는 “KPGA 가혹행위 사건은 스포츠계 전반의 공공성·윤리성 문제를 상징하는 경고등과 같다”며 “외부 감사를 통해 왜곡된 인사권 운영 실태와 징계 남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번 사건의 진실이 덮이지 않도록 국민과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 드린다”며 “부당한 징계를 바로잡고, 공정하고 안전한 스포츠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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