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30%가 노인성 난청
이어폰 사용 등에 소음성 난청↑
소아 난청 땐 듣기 기능 등 퇴화
돌발성 난청은 신속 치료 필요
청력 저하 땐 이른 관리가 중요
최근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생활 속 소음 노출이 빈번해지면서 난청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난청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소통의 불편을 넘어 인지기능, 치매 위험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난청의 다양한 유형과 예방 및 청각 재활 방법에 대해 박무균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에게 들어봤다.

-난청은 어떤 질환인가.
“난청은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통칭한다. 귀를 통해 들어간 소리가 고막-달팽이관-청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뿐 아니라, 자동차 경적이나 화재 경보 등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유형을 구분할 수 있나.
“난청의 유형은 ▲노인성 난청 ▲소아 난청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등 원인과 발생 양상에 따라 다양하다. 이 가운데 노인성 난청은 65세 인구 10명 중 3명이 겪을 만큼 흔하다. 심지어 관절염, 고혈압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작업환경의 소음과 과도한 이어폰·헤드폰 사용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인구 100명 중 약 2명(1.7%)은 소음성 난청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아이에게 난청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들었다.
“난청은 고령층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다. 듣는 것은 말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에서 청각 경로가 발달 중인 3세 이전에 자극이 없다면 듣는 기능이 퇴화하고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준다. 다행히 신생아 시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정상에 가까운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가령 아이들이 1세 이전에 청각 재활을 시작하면 같은 나이대와 동일한 언어 발달을 보인다. 소아 난청의 조기 발견을 위해선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TV나 동영상을 볼 때 유독 볼륨을 크게 설정하거나 질문을 했을 때 자주 되묻는 경우 난청 징후를 의심할 수 있다. 이유 없이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반응이 늦는 경우에도 아이의 청력을 점검해 보는 게 좋다.”

-돌발성 난청은 어떤 상황서 발생하나.
“갑작스럽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은 신속한 치료가 중요한 응급 질환이다. 주로 과로했거나 감기를 앓은 후 발생한다. 이명, 어지럼증, 먹먹함이 자주 동반되는데 이는 일상적인 증상이라서 지나치기 쉽다. 혹은 소리를 들을 때 자주 사용하는 귀가 아닌, 반대쪽 귀에 발생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손상된 청각 세포가 회복 가능한 골든타임은 3일에서 최대 2주까지다. 2개월이 지나면 청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아야 한다.”
-난청일 경우 청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나.
“환자 3명 중 1명은 정상 청력을 되찾지만 다른 1명은 부분적으로만 회복하며 나머지 1명은 청력을 완전히 잃는다. ▲처음 발생한 난청이 심할수록 ▲어음 명료도(말소리 이해도)가 낮을수록 ▲어지럼증이 동반할 경우일수록 회복 가능성이 낮다.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되면 입원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받는다. 늦게 발견될 경우 약물로는 회복이 어렵지만 보청기 등 청각 재활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난청을 예방하는 방법은.
“우선 선별 검사다. 초등학교 입학 전, 중학교 입학 시, 장년기, 노년기 때 정기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선천성 난청을 찾기 위한 신생아 청각선별검사도 국가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소음 노출에도 주의해야 한다. 소음은 난청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면서 예방 가능한 요인이기도 하다. 85dB(버스·지하철 안 소음)보다 큰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소음을 피하기 어렵다면 귀마개를 사용해 보호하거나 조용한 곳에서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어폰·헤드폰 사용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볼륨은 최대 크기의 절반 이하로 설정하며 한 번에 60분 이내로만 사용하는 게 권고된다. 대중교통 등 시끄러운 장소에서 이어폰을 사용하거나 개방형 이어폰(골전도 이어폰 등)을 사용할 경우에 주변 소리가 섞여 들어와 볼륨을 크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외로 약물도 청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암제, 항생제, 이뇨제 등 특정 약물이 난청을 악화하거나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난청이나 이명이 있다면 이런 약물을 피할 수 있도록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난청 시 청각을 어떻게 재활할 수 있나.
“이미 40dB(냉장고, 조용한 방 소리)보다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부터는 적극적인 보청기 사용이 권장된다.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켜 작은 소리를 듣게 하고, 말소리를 크게 하여 듣기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이명을 억제하고, 청각 피질의 퇴화를 방지하여 인지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착용감과 미용적 장점을 개선하고, 스마트폰과 연동시켜 소리 증폭을 조절하는 등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청력 손상이 심하면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인공와우는 전극을 통해 달팽이관으로 직접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다. 주로 보청기 효과가 없는 1세 미만 소아 환자나 70dB(전화벨, 세탁기 소리)보다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며 말소리 이해도가 50%로 떨어진 성인에서 고려할 수 있다. 인공와우는 보청기보다 음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은 말소리를 100% 이해하며 일부는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인공와우를 통해 일찍부터 치료하면 소아 난청은 대부분 정상적인 청각·언어 발달이 가능하고, 최근 노인성 난청, 일측성 난청에서도 치료 효과가 검증되는 중이다.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적용한 후에도 청각 재활 훈련은 계속해야 한다. 특히 인공와우를 통해 전달되는 전기 신호를 인식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난청을 겪는 사람 중에는 보청기 착용이 번거롭다고 피하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전문가들은 청력이 40dB을 넘어가면 보청기 착용을 권고하지만 이 시기까지는 환자 스스로 난청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치하다 청력이 20dB 더 떨어지면 청각장애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난청은 듣는 문제를 넘어 인지 기능 저하와 직결된다. 말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력을 과도하게 소모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학습이나 일상 활동에 필요한 집중력이 쉽게 고갈될 수 있다. 실제로 경도 난청 단계에서도 보청기를 사용하면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등 다양한 청각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2020년 ‘란셋’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난청이 치매를 유발할 상대적 위험도가 고혈압·비만·알코올은 물론 외상성 뇌손상보다도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가 게재됐다.”
-환자에게 제언 부탁드린다.
“난청은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인 만큼 경미한 청력 저하라도 일찍부터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 소음을 멀리하는 습관으로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고 이미 청력이 손실됐다면 보청기 착용과 청력 재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으므로 난청이 생겼다고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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