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축구만 외치던, 떡잎부터 달랐던 6살 축구 천재가 코너킥 크로스를 올렸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5살 울보, 언제 그랬냐는 듯 날쌘 걸음으로 달려가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밀어넣었다. 두 꼬마는 서로를 마주보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전국 엄마와 아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두 꼬마, 18년 후 똑같은 장면을 재현했다. 24세가 된 축구 천재의 크로스, 23세가 된 울보가 질풍같이 쇄도하며 머리로 밀어넣는 환상적인 골을 터트렸다. 이번엔 꼬마들이 가득한 풋살장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의 중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A매치에서, 태극마크가 새겨진 한국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연출한 하이라이트였다. 18년 전 하이파이브를 나눴던 두 꼬마, 이번엔 진하게 끌어안았다. 주인공은 이강인(PSG)과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이다.
‘슛돌이’에서 한국 축구의 ‘현재’로 거듭난 듀오는 이제 미래를 향한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정조준한다.
이강인과 이태석은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나란히 선발 출전해 후반 18분 합작골을 신고했다. 답답한 흐름을 깨는 한 방이었다. 이태석의 A매치 13경기 만에 터진 데뷔골이다. 한국은 이 득점으로 가나를 1-0으로 꺾었다.
두 선수의 첫 만남은 2007년 방영된 TV 예능 ‘날아라 슛돌이’ 3기였다. 한국 축구 레전드 이을용의 아들로 잘 알려진 이태석이 2기에서 연습생으로 먼저 시작했고, 3기에서 이강인이 합류하며 호흡이 시작됐다.
각자의 길에서 성장했다. 방송 후 이강인은 발렌시아 유스에 입단해 스페인 생활을 시작했고, 레알 마요르카를 거쳐 PSG에서 여러 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태석은 FC서울,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올여름 아우스트리아 빈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유년 시절부터 그라운드를 누빈 둘이 성장해 만든 가나전 골은 남다른 의미였다. 이강인은 “(이)태석이가 데뷔골을 넣어 정말 기뻤다”며 “어렸을 때 같이 슛돌이를 같이 한 만큼 뜻깊은 장면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에 이태석은 “(이)강인이 형이 정말 좋은 크로스를 올려 줬다. 기회가 되면 형에게 꼭 밥 사야겠다”며 “날아라 슛돌이 시절부터 함께 한 형과 대표팀에서 뛰는 건 큰 영광이다. 형 덕분에 함께 성과를 낼 수 있어서 의미가 깊다”고 활짝 웃었다.
월드컵 본선 무대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두 선수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슛돌이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성장한 두 선수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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