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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작가 윤석남 ‘유기견 108전’… 버려진 개 위한 ‘108 진혼제’

입력 : 2009-02-03 21:01:08 수정 : 2009-02-03 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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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까지 학고재갤러리… 목견 40마리 작품전
9월말까지 108마리 완성… 부산·일본서 전시
윤석남 작가가 학고재화랑 신관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IMF 한파가 한참 몰아치던 10여년 전, 거리엔 유기견들이 넘쳐났다. 경제생활이 상상치 못할 정도로 팍팍해지자 애지중지 키우던 개들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아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IMF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제 위기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주인의 사랑을 잃은 개들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지 궁금하다.

페미니즘 미술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윤석남(70)은 2006년 운명적으로 수많은 개들의 영혼과 조우했다. 1025마리의 유기견이 살고있는 충격적 현장을 목격한 그는 유기견의 영혼을 위로할 따뜻한 작품을 구상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전시가 지난해 9월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윤석남 1025-사람과 사람없이’전이다. 

당시 아르코미술관에 가득 들어찬 나무개들은 두터운 나무 판을 개의 형상으로 단순하게 깎아 만든 것으로, 윤석남이 창조주가 되어 영혼을 부여한 1025마리의 나무 개들이 정중동의 퍼포먼스를 펼쳤고,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의 향기를 전했다.

“주인의 사랑을 잃고 얼마나 추위에 떨고 배를 곪았는지 인간들은 아는가. 우리들의 억울하고 한맺힌 사연을 풀어줄 이 누구 없소.”라는 유기견들의 피맺힌 외침을 들었을까. 윤석남은 지난 2일 전시를 마친 지 두달여 만에 또 다시 나무 개들을 데리고 전시장에 나타났다.

이번에 등장한 나무 견공(犬公)들은 마치 영혼에 날개를 단 듯 지난 전시 작품보다 개 형태가 뚜렷해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지난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준비된 ‘유기견 108’전은 한마디로 말해 유기견들의 진혼제다.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마리의 나무 개들을 통해 유기견의 극락왕생 천도를 꾀하고 있는 것.

의식있는 주인을 잘 만난 탓일까. 이번 신작들은 예쁘면서 환상적이다. 날개를 단 개가 있는가 하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꽃을 꽂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형형한 눈빛은 “니들이 개들의 아픔을 알기나 해”라고 일갈하는 듯 섬듯하다.

윤석남은 “총 108마리 중 80마리를 완성한 상태인데 이번엔 40마리만 들고 나왔다”며 “9월말까지는 108마리를 모두 제작해 부산과 일본에서 전시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나는 단순히 버려진 개를 모아둔 게 아니라 현대문명이 만들어준 인간의 모습, 그 유형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는 “유기견들은 사람들에 의해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여성의 보살핌의 의미를 상기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월4일부터 24일까지. (02)720-1524

스포츠월드 글·사진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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