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식 농어 6~8월 먹잇감 찾아 연안으로 몰려
파도 막아주는 섬 많아 뱃멀미 걱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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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간의 씨름 끝에 끌어올린 60㎝급 농어. |
농어낚시 시즌이 돌아왔다. 여수의 낚시점에는 농어 소식이 궁금한 꾼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낚싯배를 모는 선장들은 1m급 농어와 벌였던 힘겨루기나 쿨러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농어를 낚아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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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종 가운데 하나인 감성돔. |
다도해에 접한 여수는 5월 초순부터 농어 입질이 붙기 시작해 11월 초순까지가 시즌이다. 여수 농어낚시의 최대 피크는 찬바람이 부는 10월 말. 이때는 물때와 포인트만 잘 맞추면 온몸이 뻐근하도록 농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농어는 난류성 회유어종이다. 6∼8월쯤 멸치와 학공치, 망둥이 등 먹잇감을 찾아 연안을 찾아든다. 여름철에는 크기가 60∼90㎝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가을로 갈수록 1m급이 많아진다. 무게도 4㎏을 훌쩍 넘어 일단 걸리기만 하면 파이팅이 넘친다.
농어는 떼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연어가 다니는 길목을 제대로 잡으면 마릿수 대박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7월 농어는 바라만 봐도 약이 된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여름철 별미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민어와 더불어 바다에서 나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으로 불려왔다. 따라서 이맘때 떠나는 농어낚시는 손맛과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여수권의 농어낚시는 뭍에서 포인트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해양산업의 김정식 팀장은 “화양면 장등해수욕장에서 출항하면 10분 거리에 농어 포인트가 널려 있다”며 “멀리 나가지 않아도 낚시를 할 수 있어 가족이 출조하기에도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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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낚시꾼이 농어를 걸고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여수의 농어는 여름이 제철로 물때를 잘 만나면 어깨가 뻐근할 만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
다도해의 섬들이 겹쳐서 파도를 막아주는 것도 농어선상낚시의 장점이다. 여수 앞바다는 태풍이 올 때를 제외하고는 거울처럼 잔잔할 때가 많다. 따라서 뱃멀미 걱정 없이 선상낚시에 도전할 수 있다.
선장이 잡은 포인트는 제도의 몽돌해변에서 50m 떨어진 곳. 홍갯지렁이를 미끼로 준비했다. 첫 입질은 운 좋게도 살감생이(어린 감성돔)이다. 체장 20㎝의 잘 생긴 녀석이다. 그 후로 입질이 딱 끊겼다. 사리인데다 만조까지 겹쳐 물이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선장은 “조금 때는 온종일 낚시를 해도 입질이 계속 이어지지만 사리 때는 물이 빠지는 타이밍을 놓치면 농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포인트를 이동했다. 전복 양식으로 유명한 개도와 제도 사이의 물목이 선장이 권하는 포인트. 입질이 꾸준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바라던 농어가 아니다. 보리멸이다. 미끼를 갈아주려면 고등어새끼도 성가시게 달라붙는다. 역시 물때를 잘못 맞춘 것일까.
그러나 ‘꽝’은 없었다. 물살이 빠르게 빠진다 싶더니 농어 특유의 입질이 왔다. 채비를 톡톡 치며 잽을 날린 후 끌고 들어가는 감성돔과 달리 농어는 한 번에 덥석 문다. 낚싯대 초리가 휘청한다 싶어 챔질을 했다. 묵직한 저항이 느껴진다. 채비를 문 농어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낚싯대가 부러질 것처럼 휘어진다.
잠시 기다리다 릴을 감기 시작했다. 역시 저항이 만만치 않다. 농어가 제풀에 힘이 빠지도록 놀리면서 릴 감기를 반복하자 마침내 연한 쑥색의 등을 가진 농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봐도 팔뚝 굵기는 넘는 ‘중짜’다. 선장이 뜰채로 건져내자 녀석은 마지막 힘을 다해 파닥이기 시작한다.
첫 입질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파이팅이 벌어진다. 줄곧 보리멸만 걸어내던 선장도 60㎝급 농어를 걸어내 체면치레를 했다. 30분간 여섯마리를 끌어냈다. 그 후로 입질이 뚝 끊겼다. 다시 보리멸만 성화를 부릴 뿐이다.
정오가 넘어서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뱃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선장은 “사리에 농어를 여섯 수나 낚은 것은 대단한 수확”이라며 오늘의 조과를 추켜세운다.
여수=글·사진 스포츠월드 김산환 기자 is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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