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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조각가 김영원 조각전, 부조와 환조의 공존… 분열된 자아의 고발

입력 : 2008-09-21 21:37:23 수정 : 2008-09-21 21: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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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입 배제된 인체단면의 변주
현대사회 과도한욕망의 허상 표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군줌을 표현한 설치작품에서 김영원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견 조각가 김영원(61)의 조각전이 인사동 선화랑에서 9월24일 개막한다. 1990년 선화랑이 주최하는 선미술상 수상 기념전 이후 두번째 갖는 선화랑 전시다.

홍익대 미대 조소과 교수인 그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사)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으로서 미술계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980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9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초대전 150여회, 단체전 16회 개최했다. 

홍익대 재학시절 이병철 삼성회장의 눈에 띄어 작품을 의뢰받을 만큼 재능을 보인 그는 굵직한 공모전과 상을 휩쓴 상복 받은 작가다. 2002년엔 김세중 조각상을 받았고 올해들어선 문신미술상을 수상했다. 

작가로서 이정도면 남부럽지도 않을 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역설적이게도 철학자의 모습을 보였다. 

“외형적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고 인간의 마음도 역시 그렇게 변한다. 현대인들은 과도한 욕망을 품고 살고 있지만 그 욕망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

그는 우리 사회 그 이면에 과도한 욕망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삶 자체가 공허한 환상 속에서 살고 있고 실체가 없는 매트릭스 사회와 상통하는 면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실주의적 인체 조각을 통해 이러한 현대사회의 굴절되고 해체된 인간의 실상을 고발한다.

선화랑 3층에 선보일 대형설치작 ‘그림자의 그림자’(군상)는 뒷모습이 강조된 인체 조각 40여점으로 구성됐다. 붉은색 물감을 뒤집어쓴 뒷모습은 팔등신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정작 앞면은 백지상태다. 앞모습은 눈도 코도 입도 없는 흰색 평면이다.

그는 “눈 코 입을 배제함으로써 원초적인 상(이미지)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약한 현대인들의 자아분열적인 모습과 모든 것이 환영에 불과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굳이 빨간색을 사용한 것은 인간의 욕망의 강렬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1994년 브라질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출품한 ‘선(禪) 조각’ 시리즈는 너무 어려워 일반인과 소통이 힘들 정도로 실험성이 강했다.

당시 선방을 들락거리며 선(禪)에 심취했던 그는 흙기둥을 세워놓고 자발기공(自發氣功) 상태에서 흙기둥을 손으로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교민 100여명이 몰려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씨는 “김영원은 실체감이 희박한 인체의 단면을 서로 마주보게 하거나 같은 곳을 향하게 하거나 한 몸 안에서 서로 엇갈리게 재배치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낸다”며 “그림자의 그림자는 실재와의 닮은 꼴에 연연해하지 않는 어떤 절대 경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림자의 그림자’ 21점과 설치작품(군상)이 선보인다. 10월10일까지. (02)-734-0458

스포츠월드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사진제공=선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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