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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북촌댁'. 조선시대 명문가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정신세계를 오롯이 보여주는 두 마을은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유네스코가 1972년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후세에게 전수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3가지로 구분된다. 2010년 6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890건의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모두 10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외 세계유산은 1995년 등재된 석굴암·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와 1997년 등재된 창덕궁, 화성, 2000년 등재된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2009년 등재된 조선왕릉 등 문화유산과 2007년 최초의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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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과 마주하고 있는 부용대에 오르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엘리자베스 영국여왕과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안동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 이곳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며, 와가(瓦家·기와집)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곳이다. 최근에는 류성룡의 후예인 류시원의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한류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마을 이름을 하회(河回)라 한 것은 낙동강이 ‘S’ 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됐다. 하회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태극형(산과 물이 태극 모양)·연화부수형(물 위에 떠있는 연꽃 모양)으로 일컬어지며, 이미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도 유명했다. 마을의 동쪽에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해발 271m의 화산(花山)이 있고, 이 화산의 줄기가 낮은 구릉지를 형성하면서 마을의 서쪽 끝까지 뻗어있다. 수령이 6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중심부에 해당한다. 하회마을의 집들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좌향이 일정하지 않다. 한국의 다른 마을의 집들이 정남향 또는 동남향을 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큰 기와집들을 중심으로 주변의 초가들이 원형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는 것도 특징. 현재도 주민이 살고 있는 자연부락으로 150여 호가 살고 있고 마을 내에는 모두 127가옥이 437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12개 가옥이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하회마을에는 서민들이 놀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마을에는 두 개의 국보가 있다. 국보 121호 ‘하회탈’은 우리 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이다. 한국의 가면은 대개 바가지나 종이로 만들기 때문에 오래 보존된 예가 드물며, 그 해의 탈놀이가 끝난 후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하회탈은 재료가 오리나무로서 표면에 옻칠을 2겹 3겹으로 칠했고 마을에서는 별도로 동사(洞舍)를 세워서 가면들을 보존해 왔다. 특히 각시탈은 성황신을 대신한다고 믿어 별신굿을 할 때 외에는 볼 수 없었고, 부득이 꺼내볼 때는 반드시 제사를 지내야 하는 금기나 제약이 있어 오늘날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지금은 각시, 중,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부네, 백정,할미 9개의 탈들만 전해지며, 3개의 탈이 분실됐다. 국보 제132호 ‘징비록’ 은 임진왜란때 영의정으로서 도체찰사를 겸임하였던 서애 류성룡(1542∼1607)선생이 임진왜란 때의 상황을 은퇴 후에 기록한 책이다.
하회마을에 가면 ‘북촌댁’에 꼭 들러 봐야 한다. 대지 1700평에 72칸의 규모를 자랑하는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집. 안채, 사랑채, 큰 사랑채, 대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추고 아름다운 한옥의 정수를 보여 주는 집이다. 할아버지는 북촌유거, 아버지의 화경당, 손자가 머무르는 수신와 등 사랑채가 3개로 나눠져 있다. 안동을 비롯한 영남 일대에서 7대 200년간 부와 명예를 누리던 가문으로 한국의 ‘명문가’를 연구해온 원광대 조용헌 교수의 글에도 이곳이 등장한다. 하회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물 건너에는 부용대가 있다. 이외에도 풍산 류씨의 대종가 ‘양진당‘, 서애 류성룡의 종택인 ‘충효당’ 등 둘러 볼만한 고택들이 즐비하다. 나룻배를 타고 옥연정사나 화천서원 뒷길로 15분 정도 산을 타면 부용대 정상이 나온다. 낙동강 물줄기가 만들어낸 최고의 S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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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민속마을은 평지에 있는 하회마을과 다르게 언덕을 끼고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준다. |
1984년 마을 전체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1992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안동 하회마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광지로서 가치는 오히려 더 뛰어난 곳. 신라의 천년을 간직한 경주와 붙어 있기 때문에 연계 코스 구성이 수월하고 숙박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경주 시내에서 포항방면으로 20km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설창산 자락에 위치한 경주시의 양동 민속마을은 조선시대 반촌 마을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손씨와 이씨의 집성촌인 이 마을은 총 150여 호의 고가옥과 초가집들이 나지막한 능선과 아늑한 골짜기를 따라 보석같이 펼쳐져 있다. 국보 제283호 통감속편을 비롯한 문화재의 보물 창고인 이 마을은 거의 모든 가옥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200년도 넘은 고색창연한 고택의 누마루가 매일 주인이 청소를 하는 듯 먼지 한점 없이 반짝반짝 빛난다. 낮은 담장을 기웃거리고 열려 있는 대문을 불쑥불쑥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법도 한데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것 역시 마을의 전통이라 환대와 인정이 넘친다. 고소한 쌀조청의 풍미가 가득한 이 동네 명물 '양동엿'을 한입 베어 물고 마을 어귀에서 만난 강아지 ‘흰둥이’와 함께 골목골목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포츠월드 안동·경주=글·사진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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