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가수다’는 김건모, 이소라, 윤도현, 백지영, 김범수, 박정현, 정엽 등 7명의 가수들이 2주간 연습한 미션곡 공연으로 일반 청중들 앞에서 평가를 받고 순위가 매겨지는 대결 형식이다. 꼴찌를 한 가수는 탈락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가수가 채운 후 다음 공연으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형식이어서 가요계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특히 아이돌 위주로 음악 및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한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MBC가 이제 와서 실력파 가수들을 대거 출연시켜 이제는 이들마저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냐는 비판 섞인 시선이 대부분이다. 진행자로 탈락의 위험이 없는 이소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가수들이 노래와 음악성을 인정받는 가요계 진정한 스타들이기 때문이다. 검증이 필요없는데 굳이 이런 프로그램으로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탈락의 위험까지 안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미 이들 가수는 출연을 결심했다. 어떤 이유나 배경이 있었든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예미디어의 보도행태를 보면 프로그램 자체를 이들 가수의 의지마저 꺽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방송이 2회 나간 상황에서 ‘나는 가수다’가 음악성으로 평가받아야 할 가수들마저 1회성 이벤트로 등수를 매기는 잔인한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일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이돌과 달리 이들 가수가 지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이다.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새로운 과제지만 그 동안 살아온 음악 인생과 경험을 모두 쏟아부으며 임무를 준비하는 자세는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는 가수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오히려 주목하고 도드라지게 만들어서 보도하고 논평해야할 부분이다. 이번 미션의 탈락 가수가 나온다면 경쟁에서 떨어진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을까. 반대로 끝까지 살아남는 가수가 정말 대단한 가수일까라는 물음도 가능하다. 어차피 자신의 노래로 승부를 던지는 과제가 아니다. 경쟁에만 주목해 비판한다면 가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가수나 음악 등 대중문화도 문화다. 순위 매기기와 줄 세우기로 대표되는 최근 예능프로그램들의 경향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일반 예능프로그램이나 음악프로그램에서조차 보기 힘든 가수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미디어의 몫이다. 가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진정성과 음악성에 더욱 주목하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게 진정한 예의다.
<연예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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