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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23 06:00:00, 수정 2018-05-23 09:53:45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신태용 감독, 발언의 치명적 실수와 품어주기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월드컵 때면 3000만명이 다 감독이 돼 죽여라 살려라 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본·중국만 가도 관중석이 80% 찬다. 우리는 15~20%인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며 “댓글로 인신공격까지 한다. 이런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 월드컵 본선 무대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어차피 3패’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고 특정 선수와 감독을 향한 무분별한 비난과 인신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차적으로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욕설과 비난을 가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월드컵만 되면 3000만명이 다 감독’이라는 표현과 ‘K리그는 15∼20%인데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라는 발언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한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예산이 975억원이다. 수입원을 살펴보면 자체 수익이 717억원이나 된다. 공식후원사가 내는 후원금, TV중계료, 입장료 수입 등 협회가 직접 벌어들이는 돈으로 전체 수입의 73%를 차지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체적으로 벌어들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벌어들이는 자체 수익의 ‘본질’이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를 후원하는 기업은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KT, 현대자동차, 롯데주류 등 10개사다. 이들 기업이 왜 한국 축구를 후원할까. 단순히 기업 오너들이 축구를 좋아해서일까. 아니다. 기업 역시 축구를 통해 홍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후원사가 거액을 투자하면서 광고 및 홍보 효과 노리는 것은 그만큼 축구에 대한 한국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TV 중계권료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월드컵 최고 TV 중계방송 시청률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 시청률은 방송 3사 합계 79.2%였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밤잠을 설쳐가며 대표팀을 응원한다는 뜻이다. 신 감독이 말한 3000만명이 한국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국민이 한국 축구를 외면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당연히 후원사는 투자를 중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축구협회의 예산도 줄어들게 된다. 신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유럽 출장을 다녀오고, 대표팀이 유럽 원정 평가전을 치르면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파주 NFC에서 훈련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국민의 관심이 크고, 이 관심이 모여 기업을 투자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한국 축구가 좋은 시설과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누구나 한 번쯤 미쳤었다’라는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말 그대로 국민은 4년에 한번 월드컵에 미친다. 5000만명의 국민 모두가 축구에 빠진다. 그 관심이 모여서 지금의 한국 축구가 있다. 무분별한 욕설과 인신공격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신 감독이 언급한 그 3000만명의 관심을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감사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힘들수록 더 소통하고 팬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협회가 재정자립도 70%가 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역할을 차지했다. 국민 한명 한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그저 배부른 단체의 오만함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체육계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름조차도 모르는 아마추어 종목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비난보다 무섭다는 무관심과 싸우고 있다. 훈련 시설이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돈이 없어 전지 훈련조차 가지 못한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매일 구슬땀을 흘린다. 한국 축구는 최고의 환경에서 대접을 받고 있고, 이 모두가 국민의 관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힘이 들더라도 속으로 품고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감독은 그런 자리이다. 감독의 손에 울고 웃는 국민이 있고, 투자 여부를 고민하는 기업이 생긴다. 그래서 질 때 지더라도 투지 있는 모습, 이를 악문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3000만명의 관심을 안으로 품길 기대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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