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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15 03:00:00, 수정 2019-05-14 18:25:24

    전통과 현대의 공존… 아름다움을 빚는 이천

    국내 최대 공예 마을 ‘예스파크’ / 220명 작가들의 공간과 가까이 / 도자기 그릇부터 푸드트럭까지 / 즐길거리 다양… 오감만족 여행 / 서울 양재역서 1시간 정도 소요
    • [이천(경기)=정희원 기자] 서울 양재역에서 한 시간을 달렸더니 어느새 이천에 다다른다. 그동안 경기도 이천을 여행지로서 접근해본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사회 교과서에서 읽은 ‘쌀밥과 도자기가 유명한 지역’으로 인식해온 정도다. 최근 떠난 이천에서 몰랐던 면모를 발견했다. 전통과 트렌디함이 합쳐진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세련된 홈 인테리어나 테이블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천을 찾아 ‘그릇쇼핑’에 나선단다. 주기적으로 도자기축제를 찾아다니는 친구에게 “굳이 이천까지 가서 그릇을 사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던 자신을 반성한다.

       

      ◆도자기·공예제품 한눈에 … ‘예스(藝s)파크’

      이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국내 최대의 공예마을, ‘예스파크’다. 이천시가 지난 10년간 총사업비 752억원을 투자해 공들여 조성한 ‘야심작’이다. 약 12만평(40만5900㎡) 규모의 마을에 220여명의 공예인들이 작품을 창작하고 있다.

      첫인상은 넓고 아기자기하다. 탁 트인 시원한 규모에 2~3층 안팎의 단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파주의 헤이리마을을 연상케 한다.

      이들 주택건물은 대부분 예술인들의 공방이자 제품을 판매하는 쇼룸이고, 주거공간이다. 작가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공유할 수 있고, 일부에서는 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예스파크 내 게스트하우스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도자기를 빚고 가마에 넣어 굽는 과정까지 체험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조성된 주택을 중심으로 도자판매거리가 마련돼 있다. 요즘 유행하는 ‘플리마켓’처럼 판매 부스들이 늘어서 있다. 그릇부터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개성을 담은 도자기 작품을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지갑이 점점 가벼워진다. 오후 5시쯤이면 문을 닫는 만큼 미리 스케줄을 확인하는 게 좋다. 도자기는 예스러운 느낌을 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렸다. 신동범세라믹스튜디오에서 구매한 세련된 디저트 접시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다.

      예스파크는 꽤나 넓다. 특정 공방이 아닌 전체를 둘러본다면 우선 입구의 관광안내소에서 정보를 얻자. 한옥 건물이라 눈에 띈다. 지도와 공방 정보 등이 수록된 브로셔가 비치돼 있다. 워낙 넓다보니 골프카트 같은 운송수단을 대여해서 다닐 수도 있다.

      이곳에는 푸드트럭도 많이 들어온다. 더위에 지쳤다면 ‘이천 쌀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달콤하기보다 ‘쌀음료수’를 떠올리게 하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카페거리도 조성돼 있다. 당이 떨어진다면 ‘마카롱스튜디오’을 찾아보자. 쫄깃한 꼬끄에 도톰한 크림이 달콤하다.

      ◆명장으로부터 전수받는 ‘도자공예’

      이천 도자기의 역사는 깊다. 적어도 청동기 시대부터 토기 제작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유추된다. 이천이 도자기 명산지로 거듭난 것은 양질의 흙, 가마를 운영하기 위한 땔나무가 풍성했을뿐 아니라, 전통 도자기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도공들의 열정이 식지 않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 사기장 41호인 한도 서광수 명장이 운영하는 ‘한도요’를 찾았다.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평생을 도자기 만드는 데 바친 인물이다. 관상용 전통 도자기부터 현대적인 생활도자기까지 모두 전통 방식으로 제작한다. 대표작은 단연 ‘달항아리’다. 문양 없이 깨끗한 둥근 도자기가 은은한 빛을 내뿜는 모양새가 마치 휘영청 보름달같다.

      마침 찾아간 날은 서광수 명장의 ‘개요식’이었다. 말 그대로 가마를 열고 작품을 꺼내는 날이다. 작품을 꺼내자마자 서 명장의 맘에 차지 않으면 바로 망치로 깨부순다. 일반인 입장에서 명장의 작품이 박살나는 게 안타깝지만, ‘명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도자기는, 당장 형태를 잘 잡아도 가마 속에서의 불의 온도, 습도, 외부 기후 등의 영향을 받아 ‘꺼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 기준에 부합하는 도자기만 세상으로 나온다. 한도요 한 켠에는 깨진 도자기들이 한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예스파크 내에 활동하는 명장들도 있다. 이천 도자기 명장 이향구 작가는 ‘남양도요’를 열고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나눠주는 연수에 나서고 있다. 그의 자녀들도 현재 함께 공방에서 도예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공방에서 물레를 돌리며 ‘달항아리’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시연한다. 단단한 점토가 작가의 손에 닿자 어느새 둥근 항아리로 변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숨겨진 갤러리

      이천에는 숨겨진 갤러리도 많다. 예스파크 내 위치한 아트아지트에서는 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최태훈 작가의 전시 ‘철에 남긴 흔적’이 한창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천을 찾았다면 해주도자박물관도 둘러볼 만하다. 이천 세계도자센터 ‘세라피아’를 추천한다. 센터가 20여년간 수집해온 작품을 전시하는 ‘생각하는 손’이 6월까지 열린다. 알록달록 도자기 꽃밭 ‘꽃들의 변형’, 가죽 재킷으로 오해할 만큼 정교한 ‘페기의 상의’ 등 쉽게 접하기 힘들던 도자예술품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스도 운영된다. 이후 영산홍이 흐드러지는 설봉공원을 산책하자. 이곳의 친절한 고양이들이 맞아준다.

       

      여행노트→이천에 왔다면 임금의 밥상에 오르던 이천쌀밥을 먹고 가야 한다. 이천시에서 유일하게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안옥화 음식갤러리를 찾아보자. 직접 담근 효소와 농사지은 채소를 활용한 건강하고 맛깔나는 한상에 후회가 없다. 보는 눈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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