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히 분석 당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은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4강에서 58-81로 패배했다. 2014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했던 정선민호는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하게 됐다. 동메달을 두고 남북 대결을 펼친다.
일본의 분석에 완전히 당했다. 대표팀의 핵심인 박지수를 봉쇄하기 위해 맞춤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박지수가 공을 잡으면 수비를 적극적으로 펼치며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높이는 한국보다 낮았으나 활동량에서는 훨씬 앞섰다. 앞선부터 압박 강도를 높여 박지수에게 패스를 들어가는 것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지수만 믿고 있는 단순한 전략으로는 답답했다.
외곽에서 공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일본의 스타일을 알고서 당했다. 일본은 지난 6월 열린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에서도 이와 같은 스타일을 가지고 나왔다. 외곽에서 활발한 플레이를 펼치며 아시아컵 준우승까지 이뤄낸 팀이었는데 대처가 되지 않았다.
결국, 투자의 차이다. 일본은 농구에서 세계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전력 분석을 철저히 진행했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며 지금과 같은 스타일을 만들었다. 전력상 우위가 있는 한국을 상대로도 오히려 더 철저하게 준비했다. 활동량, 적극성 모두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기량을 떠나 전술이 선수들에게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었다.
정선민 감독이 준비한 한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박지수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오로지 박지수만 바라보고 있는 농구를 펼치고 있다. 박지수는 지난해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올여름에서야 복귀해 조금씩 기억을 살려가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나 정 감독은 이제 막 돌아온 박지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게 했다.
8강에서 중국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남자농구처럼 한국 여자농구도 더는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시아 정상권에 있는 팀들과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이 역시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지지부진한 투자의 결과다. 한동안 한국 농구의 암흑기가 드리운 상황이 됐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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