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특별한 사랑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다이빙 대표팀의 이재경(24 광주광역시 체육회)은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중국 항저우에서 치르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는 대표팀 후보로 동행했을 뿐, 경기에 뛰지 못했다.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경쟁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퍼포먼스가 남다르다. 다이빙 대표팀 중에서 가장 많은 종목(4개)을 소화함에도 매번 제 역할을 다한다. 메달 행진은 덤이다. 남자 싱크로나이즈 3m 스프링보드, 남자 싱크로나이즈 10m 플랫폼에서 각각 우하람, 김영남과 2개의 은메달을 합작했다. 개인전 3m 스프링보드에서도 동메달을 얹었다.
메달색은 하나 아래지만, 동메달이 어쩌면 더 특별한 기억이다. 유일하게 시상대에 홀로 올라 메달을 거는 다른 환희를 맛봤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뛰는 첫 대회에서 개인 메달까지 따내 만족스럽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역전극으로 빚은 열매다. 중국 ‘최강자’ 왕쭝위안, 중정위안이 1,2위를 양분하는 동안, 이재경은 3위를 달리던 동료 우하람을 바짝 쫓았다. 최종 6차 시기에서 우하람이 치명적인 실수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기회가 왔다. 방심 없이 무난한 점수를 얹어 막판에 순위를 뒤바꿔냈다.

그는 “(우)하람이 형 다다음 차례라 사실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항상 형을 따라서 잘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경기 중에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며 “동메달을 따게 된 건 정말 기쁘다.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별한 응원군도 있었다. 바로 그의 아내 강유나 씨다. 같은 다이빙 선수 출신이다. 함께 운동하며 만나 이르게 결혼에 골인했다. 어여쁜 딸까지 뒀다. 그는 “와이프가 운동이, 저는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서로 잘 이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목에 걸린 목걸이에 담긴 사연도 쏟아냈다. “아내가 목걸이 만드는 취미가 있다. 소소한 사업도 한다. 많이 만드니까 나도 좀 만들어달랬더니,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몇 개 해줬다”며 아내 자랑을 늘어놓았다.
일상은 물론 훈련, 경기 중에도 풀지 않는다. 경기 전 어루만지는 토템이 됐다. 그는 “와이프가 해준 거라 만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생각도 다듬게 된다. 대회 긴장을 풀 수 있던 게 다 목걸이 덕분”이라며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알콩달콩 ‘러브 다이브’와 함께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빚어낸다.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과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도 우뚝 섰다. 그는 “경기에선 경쟁자지만, 함께 훈련하며 깊은 유대를 쌓았다. 운동이 잘 안 돼 힘들 때면 좋은 말과 충고도 해주신다. 이번 동메달도 그런 것들이 크게 작용했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있을 전국체전 그리고 파리 올림픽 티켓이 걸린 2월 도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 좋은 소식 가지고 올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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