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내유(外剛內柔).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시승한 후 떠오른 단어다. 세련미와 강직함을 동시에 갖춘 외관과 고급스러우면서 포근한 실내, 여기에 효율성까지 단점을 찾기 어려운 육각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최근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PHEV 모델인 P550e 다이내믹 HSE를 타고 서울 송파구에서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까지 약 왕복 300km를 달렸다.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웅장한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인지로버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강인하면서도 레인지로버 특유의 부드러운 디자인이 적용된 게 눈에 띄었다. 헤드램프는 슬림한 디자인으로 더욱 날렵하고 강인한 인상을 줬다.
차에 올라타니 가장 먼저 탁트인 전방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전고(차량 높이)는 1820mm에 달한다. 차체 높이는 에어 스프링으로 최저 10mm에서 최고 25mm까지 조절할 수 있다.
웅장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부드럽고 우아한 느낌이었다. 올 뉴 레인지로버의 인테리어는 최상의 소재와 첨단 기술로 구성돼 안락함을 극대화했다. 핫스톤 마사지 기능이 적용된 시트와 뒷좌석 이그제큐티브 클래스 시트는 라운지 고급 쇼파에 앉은 느낌을 준다. 시트에는 최고급 세미애닐린 가죽 소재가 적용됐다. 최대 22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시트 포지션과 지지력이 뛰어난 시트 쿠션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는 게 JLR 코리아 측 설명이다. 동승한 아내는 “마치 거실 쇼파에 앉은 것처럼 편하고 공간도 넉넉해서 만족스럽다”고 호평했다.
실내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13.1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티맵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했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편리하게 휴대폰과 연동할 수 있었다. 다만 터치스크린의 인식 속도가 느려 국내 소비자들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조 등 물리적 버튼을 과감히 없앤 점도 눈에 띄었다. 시트와 암레스트,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 글로브박스는 모두 최고급 가죽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흘러넘쳤다. 또 레인지로버 PHEV의 내장재 중 50% 이상은 재활용 소재로 제작될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주행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높은 차체에도 가속하는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P550e 다이내믹 HSE는 160kW 전기 모터와 삼성 SDI의 38.2kWh 리튬 이온 배터리가 결합된 3.0리터 I6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한 파워트레인이다. 제로백은 단 4.9초에 불과하다.
P550e 다이내믹 HSE는 국내 인증 기준 80km에 달하는 긴 순수 전기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전기 모드와 내연기관 모드를 적절히 섞어가며 최상의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번갈아 동력을 제공하며 리터당 15㎞의 복합 연비를 기록했다.
육중한 덩치 때문에 주차 시 애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360도 카메라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수월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 바이러스 억제와 공기질 관리를 위한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이 탑재된 점도 만족스러웠다.
1박 2일 동안 운전하면서 이 차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가격은 착하지 않지만, 성능과 효율을 모두 잡길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프리미엄차에 대한 선택지를 넓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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