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는 걸그룹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이 이슈를 해소하고 정상 방송될지 관심이다.
25일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에서는 MBN 새 예능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의 긴급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황인영 대표, 용석인 PD가 참석했다.
언더피프틴은 만 15세 이하 K-팝 신동 발굴 프로젝트이자 나이를 뚫는 실력과 끼를 장착한 5세대 걸그룹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을 맞았다. 앞서 공개된 홍보 영상에 어린 참가자들이 진한 메이크업을 하거나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특히 춤추는 참가자들 프로필 옆에 15, 11 등 나이와 함께 바코드가 삽입돼 성 상품화 의혹이 번졌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어린아이들을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미성년자 상품화에 불과하다.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이자 미성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MBN은 해당 우려를 인식해 긴급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황 대표는 먼저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식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갖기도 한다. 이번의 경우는 너무 예상하지 못했던 의혹들이 사실인 양 확대되면서 프로젝트에 함께 한 참가자, 마스터, 트레이너, 스태프 모두가 명예에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15세 이하의 미성년자 아이들의 경쟁을 방송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엔 "나이 제한을 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전혀 우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케이팝스타 연출 당시 10대 친구들이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었고 대중의 높은 반응도 있었다"며 "아이들이 어른들의 노래를 하는 게 좋은 건지에 대한 견해도 있지만 21세기에 태어난 친구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K-팝이 전 세계 기준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릴 때 우리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 것처럼 아이들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재능을 발휘한다. 그 세대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대형, 중소 기획사 가리지 않고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연습생으로 있기는 하지만 어떠한 제도로 인해 방치되는 부분도 있다. 꿈을 키워나가기에 현실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 방송은 기획사와 달리 대중에게 아이들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되어 줄 수 있고, 현재 어떠한 시스템에선 주목받지 못하지만 방송을 통해 환기될 수도 있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조금 다른, 개척되지 않은 어떤 장을 열어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짚었다.
당초 걸그룹을 특정 지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세대를 주목했지만 서치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여자 친구들의 비중이 높았고, 걸그룹 오디션을 먼저 기획하게 된 것. 성 상품화 논란에 불을 지핀 티저 사진 속 바코드 디자인은 '학생증'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대표는 디자이너와 기존에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이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 학교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키우는 학교인데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트레이닝을 확충시키는 곳이라고 느꼈다. 디자인해 주시는 분도 학생증을 콘셉트로 만들었다. (사진 속) 학생증은 구글링을 하면 바로 나오는 이미지다. 요즘 학생증에는 생년월일과 바코드가 들어간다. 하지만 생년월일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넣을 수 없고 나이와 바코드를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성적인 어떤 걸로 환치시키는 것을 보고 저희도 놀랐다. 참가자 친구들이 상처를 받을까 그 프로필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다 내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방송 후 달리는 댓글들에 참가자들이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는 황 대표가 답변했다. 그는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획득한 경험치가 있다. 댓글창을 닫거나 관리하는 부분에 대해 저희도 우려하고 대비하고 있던 상황이다. 참가자나 보호자들도 이런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생기는 명과 암을 다 알고 있다. 제작 과정 등 모든 면에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어떤 상황들에 대한 대비책도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일어난 후 참가자와 보호자분들 그리고 전 스태프들의 첫 번째 반응이 '우리는 그런 프로가 아닌데 왜 그렇게 얘기되고 있는지'…"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방송 플랫폼인 MBN 측에서 '편성 재검토' 입장을 발표하면서 예정된 31일 첫 방송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제작진은 여러 입장을 조합해서 방송분을 편집하고 있으며, 사전 심의를 거쳐 방송 날짜를 조율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이미 2주 전에 MBN 심의팀, 기획실, 편성팀 등이 1회를 모두 봤고, 방통위와 방심위에도 원본을 보냈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셨다"며 "지금까지 녹화된 모든 분량을 먼저 편집하고 사전으로 심의 받은 뒤 방송 날짜를 조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용 PD는 이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배움과 성장을 얻고 가는 곳'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방송을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과 성장을 어떤 식으로 얻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출하고 있다. 마스터(대성·산다라박·허영지·효정·손동표·장진영·백구영·레디 등)들도 그 점에 집중해 매 심사 후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찾아가 어느 쪽으로 공부를 해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조언을 건네고 있다"며 "아이들은 배운 걸 인정받고 싶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연습을 하고 있을 거다. 방송을 기대하고 있고, 자랑하고 싶을 텐데 이런 왜곡된 논란으로 상처받고 있는 게 제작진으로서 제일 안타깝다. 방송이 안 될 경우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받을 상처는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부모님들께서 오히려 제작진을 위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결과물을 세상에 꼭 선보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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