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타 봉쇄, 여전히 숙제다.
신무기 커터를 장착한 잠수함 투수 고영표(KT)가 첫 등판서 아쉬움을 남겼다. 25일 홈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리그 두산과의 경기에 출전, 4⅔이닝 동안 94구를 던져 8피안타 1사구 1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5회 2실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 시기에서만 27구를 던지는 등 고전 끝에 이닝을 마치지 못한 채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앞서 개막 2연전 동안 호투를 펼친 선발진 바톤을 이어받아 토종 에이스 임무 역할을 기대받았다. 외국인 투수 듀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윌리엄 쿠에바스는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연이어 작성한 바 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첫 등판을 앞둔 고영표를 향해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다. 그동안 해오던 게 있는 선수”라면서 “QS만 해줘도 만족한다”고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매년 나이가 들면서 지금 시점에서 구위가 확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어렵다. 볼 스피드보단 제구에서 승부를 보면서 (경기를) 잘 끌어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두산은 언더핸드 상대 차원에서 선발 라인업에 왼손 타자 5명을 배치했다. 좌타 상대 약세는 직전 시즌 고영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지난해 피안타율 0.361(258타수 87안타)에 머물렀을 정도다.

체인지업의 명수가 ‘변화’를 예고했다. 겨우내 신구종을 갈고 닦는데 구슬땀을 흘린 것. 바로 커터, 스프링캠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이날도 1회부터 적극 활용, 선두타자 김민석 삼진 처리에 강승호 타석 땅볼 유도를 결정하는 등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게 흠이다. 2회 제이크 케이브에게 던진 바깥쪽 높게 제구된 공(트랙맨 기준 직구)은 좌측 담장 펜스 직격 2루타로 이어졌다. 노련함을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두산은 거듭 왼손 타자들을 앞세워 마운드 위 고영표를 괴롭혔다.
아웃카운트 14개를 잡는 동안 김민석(1안타), 김재환(1안타), 케이브(2안타 1볼넷), 정수빈(1안타) 등에 출루를 허용했다. 이날 고영표는 체인지업(41구)와 직구(29구), 커터(16구), 커브(8구) 등을 던졌다.
커터 비중을 끌어올린 건 확실히 달라진 점이다. 약점 보완에 나선 가운데 첫 등판은 소기의 성과에 그쳤다. 실망하긴 이르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고영표가 시행착오 끝에 커터를 완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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