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런을 쳤지만, 실책한 게 마음에 더 걸리네요.”
내야수 허경민(KT)이 결승포 활약을 앞세워 친정 두산 제압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25일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서 솔로포 포함 멀티히트를 쳐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허경민은 이날 3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마크했다. 무엇보다, 5회 말 결승포를 때려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팀이 동점을 내준 상황서 곧바로 리드를 낚아챘다. 동료들도 그의 홈런을 기점 삼아 불방망이를 뽐냈다. KT는 이 시기에만 무려 5점을 뽑아내면서 승리 분위기를 다질 수 있었다.
초반엔 고전했다. 허경민에겐 긴장감이 가득했고, 시작 자체가 무거웠다. 송구 실책이 1회 초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땅볼 타구를 잘 잡아놓고 힘이 바짝 들어가 1루수 머리 위로 던져버리고 만 것.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친정과의 맞대결이 가져다주는 중압감이 느껴진 대목이다. 공수교대 후 첫 타석에서도 6구 승부 끝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두산 선발 최원준과의 두 번째 대결, 3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외야 플라이로 꽁꽁 묶였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선수 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경민은 “아무렇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실수가 나왔다. 홈런을 쳤어도 (실책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잘해야 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이런 장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흐름을 뒤흔든 주인공이었다. 허경민은 5회 말 3대 3 동점서 주자 없는 2아웃 상황 바뀐 투수 김호준의 변화구를 공략해 시즌 첫 번째 아치를 그렸다. 3구째 던진 시속 135㎞ 슬라이더를 쳐 좌익수 뒤 홈런을 쏘았다. 이 가운데 직전 놓친 공의 코스가 그대로 들어오자 방망이를 과감하게 돌린 장면이었기에 단연 돋보였다.

이때를 떠올린 그는 “적절한 타이밍에 임팩트를 가져가려고 했는데, 운이 좋았다“면서도 “(상대 투수의) 투심 패스트볼이 좋았다. 그다음 변화구가 들어왔고, 둘 중 선택을 해야만 했다. 변화구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쳤는데 실투가 들어온 듯싶다”고 했다.
클린업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개막 후 3경기서 타율 0.467(15타수 7안타), 타격감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사령탑이 항상 칭찬 일색인 까닭이기도 하다. 허경민은 “(이강철 감독님께서) 기대치를 조금은 낮춰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의 앞엔 강백호와 멜 로하스 주니어, 내로라하는 리그 최고 타자들이 테이블세터로 있다. 이를 두고 “3번 타순 관련해선 나와 4번 (김)민혁이가 후속 타자인 (장)성우 형, (문)상철이, (황)재균이 형한테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좀 편하더라. 말도 안 되는 타자들이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의식하면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래도 나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