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각형 안에 글꼴들 균형있게 배치
1976년 ‘한글자모자동선별’ 특허획득

한글의 워드프로세스화는 UN 산하 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최종 완성형으로 결정됐지만 여러 글자 모양의 부호화를 통한 워드프로세스의 기본 틀을 만들었던 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이학박사 최무웅씨가 장본인이다. 건국대학교 교수로 활동하다 정년퇴임한 그는 스포츠월드에 ‘행운예보’를 게재 중이다.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최 박사가 본지에 이 사실을 밝혀, 뒤늦게나마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됐다. 영어, 일어와는 달리 한글이 워드프로세스화 되려면 여러 꼴의 한글이 부호화돼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32년 전의 그의 업적은 놀랍기만 하다.
일본 도쿄의 츠쿠바대학(현 도쿄교육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에 있던 그는 1976년 1월에 일본 특허청으로부터 ‘한글자모자동선별방식’으로 특허(번호 제1080976호)를 획득했다. 당시에 그는 정사각형 안에 자음, 자음과 모음,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받침이 균형화돼 들어가야만 아름다운 인쇄체의 꼴이 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해 낸 것이다.
한글은 자음 14개자와 모음 10개자의 조합으로 이뤄지는 것이 기본 틀. 특히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받침 및 쌍받침까지 이어질 때의 경우의 수는 훨씬 다양해진다. ‘기역(ㄱ)’의 경우, 6가지의 모양이 그리고 쌍기역까지 고려하면 12가지의 모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따질 경우 모두 344가지의 모양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는 당시 344가지의 글자모양을 부호화하여 글자 모양이 자동으로 바꿔지도록 했다. 즉 정사각형 안에 글자 모양이 작아져야 할 때, 커져야 할 때 등을 고려해 아름다운 글꼴이 되도록 10진법으로 계산했던 것이다.
그는 “정사각형 안에 한글의 워드프로세스화가 가능하도록 틀을 놓았을 뿐이다”면서 “이 연구 방식이 기초가 돼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글자체를 사용하고 있으니 기쁘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특허를 받고도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호주, 피지, 캐나다 등에서 교수 활동을 한 뒤 1983년 귀국했다. 특히 그의 연구는 최근 핸드폰 같은 모바일 분야에서 자음과 모음 조합의 입력으로 인한 다양한 기능도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만든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월드 조원익 기자 wi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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