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패인은 특유의 응집력 있는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고, 기동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데 있었다. 두산 주자들은 빠른 발만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에 서두르면서 주루사를 당하는 등 공격의 맥을 스스로 끊었다. 삼성은 두산이 스스로 무너지는 흐름을 잘 이용해 서두르지 않는 경기운영을 보였다. 조급함이라는 점에서 두 팀은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특히 13안타와 6개의 사사구를 얻고도 잔루 15개에 단 2득점에 그쳤다는 점은 전혀 두산답지 않다. 이제 김경문 두산 감독은 출루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타개할 대안을 찾는 데 고심해야될 것 같다.
가장 칭찬하고 싶은 선수는 박진만이다. 내야수가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가장 중요할 고비 때마다 김현수의 타구를 길목에서 걷어내는 장면은 마치 귀신이 도와주는 것만 같았다. 오늘 모습은 세계 최고의 유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삼성이 시리즈에서 앞서 가게 된 또 하나의 동력은 매 경기 타선에서 그날의 게임을 지배하는 선수가 나온다는 점이다. 베테랑은 베테랑대로 젊은 선수는 힘있는 한방으로 기동력을 앞세운 상대의 기를 꺾어 놓고 있다.
3차전까지의 결과로 볼 때 남은 시리즈 향방은 역시 어느 팀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리느냐에 달려있다. 삼성은 수비와 불펜의 힘이, 두산은 특유의 기동력과 응집력이 살아나는 것이 승리의 열쇠다.
이용철 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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