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적생’ 조영훈(30·KIA 타이거즈)이 잠자는 호랑이 타선에 불을 지피며 팬들에게 2009년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조영훈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1루수 겸 7번 타자로 출전해 5타수 2안타 1득점 4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3대8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조영훈이 돋보였던 순간은 7대3으로 앞서던 6회 1사 만루 상황이었다. 조영훈은 LG 이성진이 던진 131km/h짜리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10m짜리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생애 첫 만루홈런이었다.
이적생 만루홈런. KIA에게 이 말은 전혀 낯설지 않다. 바로 2009년 ‘만루의 사나이’라 불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상현이 있기 때문이다. 조영훈이 잠실구장에서 만루홈런을 치는 순간 김상현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 사이에는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일단 태어난 날짜가 같다. 김상현은 1980년 11월12일 생이고, 조영훈은 1982년 11월12일 생이다. 여기에 KIA로 이적 후 6경기 만에 터뜨린 첫 홈런이 만루홈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상현은 이적 후 6경기 만인 대구 삼성전에서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고, 조영훈도 LG전이 6경기째였다.
이뿐만 아니라 두 선수 모두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왕 출신이다. 김상현은 2006년 상무 소속으로 23개 홈런으로 1위에 올랐고, 조영훈은 2년 뒤인 2008년 경찰청 소속으로 24개 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전역 후 1군에서 같은 포지션의 스타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했다. 김상현은 3루수 자리에 있던 정성훈에 밀렸고, 조영훈은 ‘국민타자’ 이승엽에 가렸다.
여기에 두 선수 모두 KIA가 리그 7위로 부진할 당시 트레이드 됐다. 김상현은 최고의 반전 카드로 자리매김하며 홈런·타점왕에 이어 최우수선수상(MVP)까지 휩쓸며 KIA에 우승을 선사했다. 조영훈은 이제 막 활약을 시작했지만, 이적 이후 KIA는 1패 뒤 5연승으로 순위를 6위로 끌어 올렸다. 조영훈이 과연 김상현급의 좌타자 이적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광열 인턴기자 mean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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