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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속으로] "야구보면서 우울증도 이겼다 아이가"

입력 : 2008-10-19 20:47:41 수정 : 2008-10-19 2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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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팬 68세 김수용 할아버지  “내가 올해 삼성 야구 보면서 우울증도 이겼다 아이가.”

 야구장의 뜨거운 열기에는 남녀노소 구별이 없었다. 몸의 상처, 마음의 아픔까지 치유해 주는 것이 짜릿한 역전승의 묘미가 살아있는 야구였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19일 대구구장. 3루쪽 삼성 응원석 통로에 흰 색 정장을 빼입은 한 노신사가 잠시도 앉지 않고 시종일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삼성을 응원했다. 박석민이 3회말 선제 2타점 2루타를 쳤을 때도, 최형우가 6회말 쐐기 3점 홈런을 쳤을 때도 20대 젊은이들에게 뒤질세라 온 몸으로 춤사위를 펼쳤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온 김수용(68)씨. 김 씨는 복장부터 튀었다. 새하얀 정장 속에 녹색 셔츠를 받쳐 입었고 머리에는 검은 중절모를, 발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백구두를 착용했다.

 누가봐도 멋쟁이 노신사의 모습이었지만 김 씨는 올해 초까지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던 우울증 환자였다고 했다. 야구장은 커녕 바깥 외출도 거의 못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1960년대 말 맹호부대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다리와 허리에 중상을 입고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지만 전쟁 및 외상 후유증으로 사회 적응에 실패했다”고 했다. 특히 최근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기력이 쇠해 지면서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고.

 그러나 우연히 방문한 야구장의 열기가 김 씨에게 새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줬다. 아무 생각없이 야구장에 들렀다가 삼성의 짜릿한 역전승을 보고 야구의 매력에 쏙 빠졌다는 것. 야구장을 찾아 사람들의 응원 열기 속에 동참하면서 우울증도 사라지고 신경안정제도 끊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이 야구가 사람을 미치게 하더구만. 이기면 이겨서 좋고 져도 내일 또 이길 기회가 있고. 삼성도 포스트시즌에 못 올 것 같더니만 마지막에 힘을 내서 올라왔잖아”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토해냈다.

 활력과 자신감이 생기면서 김 씨의 외모에도 변화가 생겼다. 웬만한 젊은이들도 입기 부담스러워 하는 백바지, 백구두 패션은 이제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이날도 백색 정장으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갔다가 야구를 보기 위해 일찍 빠져 나왔다는 김 씨는 “삼성이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다. 어제까지 그렇게 못하던 최형우가 오늘 홈런을 칠 수 있는 것을 봤으면 됐다”며 껄껄 웃었다.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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