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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칼럼] 추포도의 작은 학교…분교(分校)는 아름답다

입력 : 2011-03-23 17:16:41 수정 : 2011-03-23 17: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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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길 선정고 교사·수필가
전남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 천국 군(郡)이다. 슬로건 또한 ‘희망이 샘솟는 천사의 섬, 신안’이다. 10명 내외가 사는 박지도로부터 수천 명이 사는 안좌도에 이르기까지 태어난 섬을 지키며 오늘도 그들은 벽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섬 가운데 하나인 추포도(秋浦島)는 암태면의 부속 섬 가운데 하나이다.

 신안교육청에 따르면, 신안군에는 초등학교 분교 20여 곳과 중학교 분교 두 곳이 있다. 분교는 본교에 딸린 작은 학교를 말하는데, 여의도의 절반 크기의 면적에 95명의 주민이 사는 추포도에도 분교가 하나 있다. 암태면 수곡리 57의 1에 위치한 암태초등학교 추포분교, 7명의 학생들이 단층 건물의 교실 세 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조회대가 있고, 그 옆에 국기봉도 있으며, 독서하는 아가씨의 동상도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본교가 분교로 격하되는 게 일반적 현상인데, 추포분교는 개교한 1951년부터 지금까지 분교이다. 암태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 올 정도로 풍광이 빼어난 이곳은 교육부 지정 ‘아름다운 학교’로 작년에 인정을 받았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천연잔디 운동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학교 최고의 자랑거리이다. 게다가 여름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노거수(老巨樹)와 고개 너머 맞닿은 해수욕장은 왜 이곳이 아름다운 학교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잔디 운동장은 간혹 동네 개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운동장의 그네는 외지에서 구경 온 관광객들이 반드시 타본다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만발한 온갖 꽃들과 각종 수목이 주는 그늘이 있고, 붉은 감 등의 열매가 있으며, 멋진 설경까지 자랑하는 아름다운 학교 추포분교! 분교가 본교에 통폐합되지 않고 남아 있어야 함을 보여주는 곳이다.

 분교의 선생님들이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추포분교는 지식교육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심성교육을 강조한다. 학교 바로 앞에는 수십 년을 이어온 토판 염전이 있고, 우리 조상들의 성인식의 증거물이었던 동그란 모양의 ‘들돌’도 남아 있다. 게다가 지금은 본섬과 시멘트길로 연결돼 생활이 편리해졌는데, 추포도의 자랑거리 노두(징검다리의 방언)도 보존돼 있다. 학생들은 방과후에 선생님들과 염전을 견학하면서, 들돌을 보면서, 노둣길을 거닐면서 삶을 깨쳐나간다.

 도시의 학교에서 성적 위주의 교육에만 몰입하는 많은 분들에게 추포분교의 견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필자 또한 인근의 자은도가 고향이기에 작년 10월 추석 연휴 때 들른 추포분교의 풍광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스트레스를 가시게 해주는 삽상한 바닷바람, 형형색색의 단풍들, 운동장 잔디에 누워 올려다본 푸르디푸른 가을하늘! 추포분교와 같은 분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학교에서 받은 심성교육을 평생동안 삶의 자산으로 간직할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삶은 분교가 주는 아름다움 이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으리라 단언한다. 

최홍길 선정고 교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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