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 변방으로 전락한 한국 프로리그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프로배구 V리그에 ‘버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계약시장(FA)에서 천정부지로 오른 선수들의 몸값을 보고 배구 관계자들의 우려와 하소연이 이어진다. 국제경쟁력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내수용 종목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매번 도돌이표다. 좁아지는 유소년 풀(pool), 실력 있는 선수는 줄어들면서 당장 성적을 내야하는 구단은 울며 겨자먹기로 거액을 들인다.
지난 21일 남자부, 24일 여자부를 끝으로 남녀프로배구 모두 FA 협상을 마쳤다. 매번 부는 FA 시장 고액 열풍,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남자부 세터 황택의(KB손해보험)는 연간 보수 최대 12억원을 찍으며 남자부 최고 연봉 타이틀을 갈아치웠다. 최대어 아웃사이드 히터 임성진은 KB와 연간 보수 최대 8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이다현이 흥국생명과 연간 최대 5억5000만원,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원 소속 구단인 현대건설과 1년 8억원에 손잡았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지적이다. V리그 선수 전체의 연봉이 상승해 리그 규모가 커지면서 발전하는 형태와는 다르다. 특정, 일부 선수들에게만 집중된다.


임성진의 경우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3.4점에 공격성공률 45.99%를 기록했다. 그리고 8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챙기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반대급부로 2023∼2024시즌 우리카드에서 활약한 아시아쿼터 잇세이는 그 시즌 세트당 평균 1.8득점에 공격성공률 50.79%를 기록했다. 잇세이의 당시 연봉은 8000만원이었다. 국내 선수 가운데 최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신호진은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3.1점에 공격성공율 50.79%를 기록했다. 기록상 임성진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의 지난 시즌 연봉은 1억4000만원이었다.
배구계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 몬차에 있는 이반 자이체프라는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의 연봉이 8억5000만원”이라는 짧은 한 마디를 남겼다.
국내 타 스포츠와 비교하면 버블 논란은 더 거세진다. 차기 시즌 6년 차를 맞이하는 임성진의 보수는 리그 최고 연봉 선수들을 앞선다. KBO리그 6년 차 최고 연봉 기록을 세운 이정후(당시 키움 히어로즈·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7억50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데뷔 시즌 선수 중 투수 소형준(KT)의 연봉은 2억2000만원이다. 동갑내기 중에서는 김혜성은 지난 시즌 키움 소속으로 받은 연봉이 6억5000만원을 받았고, 박성한(SSG)이 3억7000만원이다.
축구선수 중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지난 시즌 챔피언 울산HD 소속으로 받은 연봉이 4억원이다. KBL에서는 프로 데뷔나 동갑내기 선수와의 비교가 불가하다. 전체 연봉 1위 문성곤(KT)이 기록한 7억5000만원이다.
리그 규모와 종목 특성이 있다 하더라도 V리그는 한 시즌 36경기로 프로야구 KBO리그(144경기)와 프로축구 K리그(38경기), 남자프로농구 KBL(54경기)에 비해 경기 수는 가장 적다.
이 같은 버블에도 배구 국제 경쟁력은 바닥이다. 남녀배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노메달에 그쳤고 향후 올림픽 진출은 요원할 정도로 아시아의 변방이 됐다.
당장의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V리그의 어두운 민낯은 계속된다.
한 배구 관계자도 “오히려 최저 연봉을 좀 올리면서 좀 더 배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2군리그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몇 년이 됐나. 그런데 아직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솔직히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 스포츠판에 깔린 성적 지향주의가 문제다”라며 “자생력은 필요없고 일단 우승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마케팅은 모두 우승 다음이다. 마케팅 1등해도 우승 못하면 다 날아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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